탐색하다

빛깔도 향도 “캬~”…‘월클’ 반열 오른 일본·중국 술, 비결 뭐길래 [기술자]

字号+작성자:블랙스파클뉴스출처:핫스팟2024-03-29 23:29:46我要评论(0)

이번 주 <기술자> 코너에서는 일본의 사케, 중국의 고량주를 소개합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아시아 술 중에선 사케가 최고지.”몇 달 전 미국인 친구의 말 한마디

빛깔도 향도 “캬~”…‘월클’ 반열 오른 일본·중국 술, 비결 뭐길래 [기술자]

이번 주 <기술자> 코너에서는 일본의 사케, 중국의 고량주를 소개합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아시아 술 중에선 사케가 최고지.”

몇 달 전 미국인 친구의 말 한마디에 가벼운 승강이가 벌어졌습니다. 아무리 사람 입맛이 제각각이라지만, 서울에서 한국 사람과 만난 자리인데 빈말이라도 “한국 술이 최고야”라고 해줄 순 없었을까요. 10년도 넘게 친하게 지낸 이였기에 괜히 더 얄밉게 느껴졌습니다.

그 친구를 인사동의 한 전통주점에 데려가 “너 오늘 날 잡았다”며 우리 술 여러 종을 거푸 먹였습니다. 얼굴이 벌게진 후에야 “내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더군요. 이만하면 될 것 같아 흐뭇하게 가게를 나섰는데 친구가 한마디를 또 덧붙였습니다. “근데 중국 술도 맛있다니까?”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손자병법에서 이르기를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 <기술자> 코너에서는 일본의 사케, 중국의 고량주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사케 이름에는 왜 ‘준마이’가 들어가나
‘사케(さけ)’는 일본어로 특정 주종이 아닌, 정말 ‘술(酒)’을 의미합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먼저 사케에 대해 알아볼까요? ‘사케(さけ)’는 일본어로 특정 주종이 아닌, 정말 ‘술(酒)’을 의미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사케라고 표현하는 일본식 청주는 현지에서 ‘니혼슈(日本酒)’ 또는 ‘세이슈(清酒)’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국내에서는 사케 외에 또 ‘정종(正宗)’이라고도 표현하는데요. 사실 정종은 ‘사쿠라마사무네’라는 양조 회사에서 만든 한 제품의 이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빗대어 생각한다면 모든 소주 종류를 통틀어 ‘참이슬’, ‘처음처럼’ 등으로 부르는 식의 오류입니다.

사케는 한국의 증류식 소주, 중국의 ‘사오싱주’와 마찬가지로 쌀을 이용해 만드는 술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사케는 중세 유럽의 맥주가 그랬듯 수도사들에 의해 기원·발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과거 일본의 절이나 신사 안팎에는 양조장이 있었다고도 합니다.

사케를 빚는 데 가장 중요한 4대 원료는 쌀과 누룩, 효모, 그리고 물입니다. 생 현미의 표면을 특정 비율로 도정하고 씻어내는 게 사케 제조의 첫 단계입니다. 이때 정미율(세이마이부아이, 精米歩合), 즉 깎아내고 남긴 비율이 낮을수록 더 고급 사케로 평가하는데요.

이는 쌀 표면의 지방이나 단백질 등을 제거하고 전분이 응축된 중앙 부분만 남길수록 그 향과 맛이 더 풍부해지는 까닭입니다. 위스키 고르실 때처럼 라벨에 적힌 숫자가 크다고 좋게 보시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도정과 세척 과정을 거친 쌀은 30분~1시간 정도 가볍게 쪄내고, 찐쌀에는 곰팡이의 일종인 누룩 종자를 뿌려 잘 섞는 과정을 진행합니다. 이때 누룩이 술의 품질 전반을 좌우하기에 대개 양조장의 최고참이 누룩의 배양과 관리 등을 책임진다고 합니다.

‘슬램덩크’ 등장인물의 이름을 따 ‘정대만 사케’로 불리는 ‘미이노고토부키 준마이 긴조’ 제품. [사진 제공 = 지자케씨와이코리아]
누룩이 잘 섞인 쌀에 물과 효모를 첨가하면 발효주의 밑술 격인 ‘전술’이 됩니다. 이 단계에서 효모가 아주 농축되는데요. 여기에 찐 쌀과 물, 효모를 3번에 걸쳐 더 넣으면서 최대 35일까지 발효합니다. 이때 전분이 당분으로, 다시 또 알코올로 발효되는 과정이 진행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액체를 압착하고 여과하면 알코올 도수 16~23도 남짓의 술이 됩니다. 원하는 알코올 도수나 맛을 내기 위해 물을 섞어 희석하고, 살균을 위한 열처리까지 마치면 비로소 우리가 아는 사케, 발효주로 탄생합니다.

흥미로운 건 제조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알코올을 첨가한 사케를 ‘아루텐(혼죠조·후추슈)’이라고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쌀이 부족해지자 양조장들이 생산량을 늘리려고 일부러 알코올을 술에 섞은 데서 비롯했다고 전해지는데요.

현대의 아루텐 사케에는 과거보다 훨씬 적은 양의 알코올이 들어가지만,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아루텐이라고 표기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원재료 본연의 순수한 사케에 ‘준마이슈(純米酒)’ 또는 ‘준마이’라는 표현을 붙여 구분합니다.

준마이 제품인지 아닌지는 앞서 말씀드린 정미율과 더불어 고급 사케를 판별하는 기준이 됩니다. 준마이 제품이고, 또 쌀 표면을 많이 깎아냈을수록 사케 본연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겠죠. 당연히 가격도 비싸게 책정됩니다.

부장님이 맥주잔에 섞으시던 그 ‘빼갈’
중국 고량주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마오타이’. [사진 출처 = 마오타이 홈페이지 캡처]
일본에 사케가 있다면 중국에는 고량주가 있습니다. 차이나타운은 물론, 전국 곳곳의 중국집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술이죠. 최근 국내에서 중국 사천식 향신료 ‘마라(麻辣)’의 열풍과 더불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고량주는 중국의 전통 증류주 백주(白酒, 바이주)의 일종입니다. 고량, 즉 수수를 원료로 만들어내는데 국내에서는 중국의 백주 전반을 아울러 ‘고량주’라고도 표현하는 편입니다. 알코올 도수가 낮아도 30~40도, 높으면 60도 안팎에 이르기에 작은 전용 잔에 담아 마십니다.

혹 주말농장이나 산지에서 수수를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그렇다면 수수가 붉은색인데 왜 ‘백주’라 부르는지 궁금하실 수도 있는데요. 고량주는 우리나라의 전통소주와 유사하게 만드는 증류주인데 다 만들고 난 뒤의 색이 투명하다 하여 백주(바이주)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또 주요 브랜드 중 하나인 백갈(白干)의 이름을 따 ‘배갈’ 또는 ‘빼갈’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케-정종의 사례처럼 제품명을 편의상 주종의 이름으로 부르다가 굳어진 경우입니다.

역사적으로는 동남아시아의 여느 증류주와 마찬가지로 원나라가 페르시아의 회교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증류 기법이 완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쌀이나 사탕수수, 돼지감자, 과일 등 여러 재료로 술을 만들어보다가 수수로 정착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고량주는 이름에 녹아있는 원료 고량(수수)과 ‘곡자(麯子)’로 만듭니다. 곡자는 중국 특유의 누룩인데 주로 보리와 팥으로 만듭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누룩이 밀이나 쌀을 원료로 하는 것과는 구분되는데요. 경우에 따라 밀이나 옥수수, 또는 그 외 곡물로 만들기도 합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산 고량주 수입액 규모가 46.1% 증가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첫 단계는 고량을 거칠게 갈아낸 뒤 쪄서 식히는 것입니다. 이후 한곳에 모아 고량 가루에 수분을 흡착시킨 뒤 먼젓번에 고량주를 만들 때 증류하고 남은 지게미를 넣어 섞습니다. 여기에 곡자 가루까지 더한 뒤 발효조에 넣어 본격적으로 발효에 들어가는데요.

전통적으로는 땅에 묻은 나무상자에서 발효하지만, 제품이나 브랜드에 따라 스테인리스스틸 탱크 등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발효 기간은 7~10일 남짓이고, 이후 이를 전용 증류기에서 증류한 뒤 냉각하면 우리가 아는 고량주가 탄생하게 됩니다.

완성품은 향이 농축된 정도에 따라 농향형, 장향형, 청향형 등으로 구분됩니다. 현재 한국에서 유통되는 고량주는 대부분이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꽃이나 과일 향이 나게 만든 농향형 제품입니다. ‘연태고량주’가 가장 대표적인 제품입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더 풀어보자면 요즘 연태고량주가 국내에서 참 인기죠. 여러 방송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태와 맥주를 섞은 ‘연맥(고맥)’, 연태와 탄산수를 섞은 ‘연태하이볼’ 등이 화제가 되면서 2030 세대에서 즐겨 찾는다고 합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중국산 고량주 수입량은 ▲2020년 7433t ▲2021년 7111t ▲2022년 7758t ▲2023년 7655t으로 해마다 비슷한 수준인데요. 이 기간 수입액 규모가 46.1% 증가한 점으로 미뤄볼 때 점점 더 고가 제품이 국내에서 인기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케·고량주처럼 우리 술도 키우려면
국내외 주류업 종사자들은 중앙 정부 주도의 지원이 있어야 전통주 산업이 더 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3년 가까이 유통시장을 취재하며 여러 국내외 주류업 종사자에게 물어보니, 사케와 고량주는 국제 사회에서 브랜딩이 아주 잘 되어 있다고 합니다. 각국의 정부가 기업의 해외 수출길을 직접 뚫어주기도 하고, 관련 규제도 많이 조정해준다는 평가인데요.

주류업계에 수십 년째 종사해온 한 업계 관계자는 “각 제품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중앙 정부 주도의 지원이 없다면 어느 나라도 전통주 산업을 이어가기는 어렵다”며 “한국도 본격적으로 전통주 업계 지원을 논의해볼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국수주의(國粹主義)’까지야 아닙니다만, 그래도 이왕이면 사케나 고량주보다 우리 술이 해외에서 더 인기였으면 하는 발칙한 꿈이 있습니다. 한국 라면, 만두, 치킨 등이 다 해외에서 난리인데 술 하나도 은근슬쩍 더해볼 수는 없을까요.

대형마트 라면 코너에서 신라면, 불닭볶음면을 집어 든 외국인이 주류 매대에서는 사케와 고량주 대신 우리 술을 선택하는 날이 곧 오기를 소원합니다. 다음 주 <기술자> 코너에서는 ‘막걸리’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참고문헌 및 자료>

ㅇ내 손에 쏙 들어오는 85가지 사케 수첩, 최창근, 우듬지, 2010

ㅇ술 잡학사전, 클레어 버더(Clare Burder), 문예출판사, 2018

ㅇ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수출입실적 데이터

ㅇ두산백과 두피디아(Doopedia)

누가 따라주니 그저 마시기만 했던 술. 그 술을 보고 한 번쯤 ‘이건 어떻게 만들었나’ 궁금했던 적 있으신가요? 매주 한 차례 우리네 일상 속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술 이야기를 전합니다. 술을 기록하는 사람, 기술자(記술者)입니다.



1.本站遵循行业规范,任何转载的稿件都会明确标注작성자和출처;2.本站的原创文章,请转载时务必注明文章작성자和출처,不尊重原创的行为我们将追究责任;3.작성자投稿可能会经我们编辑修改或补充。

관련 기사
  • [여의도1번지] 황상무 사퇴·이종섭 조기귀국…민주 꼬리자르기

    [여의도1번지] 황상무 사퇴·이종섭 조기귀국…민주 꼬리자르기

    2024-03-29 23:15

  • 바이든, '라파 진격' 고집 네타냐후 설득 위해 특사 급파

    바이든, '라파 진격' 고집 네타냐후 설득 위해 특사 급파

    2024-03-29 22:33

  • 푸틴 29일 국정연설…우크라 전쟁·나발리 급사 언급 ‘눈길’

    푸틴 29일 국정연설…우크라 전쟁·나발리 급사 언급 ‘눈길’

    2024-03-29 22:22

  • 이스라엘 “라마단까지 인질석방 없으면 라파 지상 공격”

    이스라엘 “라마단까지 인질석방 없으면 라파 지상 공격”

    2024-03-29 20:47

网友点评